영어에 영국영어미국영어라는 차이점이 있듯이, 스페인어도 크게 본토 스페인어중남미 스페인어로 분류된다. 그리고 그 차이는 영국영어와 미국영어 사이의 그것보다 조금 더 크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분들이 참고하실 수 있도록, 글쓴이가 여행하면서 접한 여러 가지 지역별 스페인어의 차이점에 대해 여기 소개한다. (* 글쓴이 또한 아직 공부하는 입장이므로 수정할 내용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적해주시기 바란다)



* 본토 스페인어와 중남미 스페인어의 유래


여러개의 왕국으로 분리되어 싸우던 스페인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오늘날 마드리드 부근에 위치했던 까스띠야(Castilla) 왕국에 의해서였다. 그래서 까스띠야국의 언어인 까스떼야노(Castellano)가 현대 스페인어의 원형이 되었고, 스페인어는 오늘날에도 에스빠뇰(Español), 혹은 까스떼야노(Castellano)라고 불리는 것이다. 

중남미 스페인어의 경우는 15세기 스페인침략자들이 대부분 안달루시아(Andalucia) 지방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까스떼야노에 안달루시아 사투리의 영향을 받은 언어가 되었다. 본토 스페인어와 차이나는 점은 사용하는 단어, 2인칭 복수대명사 Vosotros와 현재완료동사의 사용여부, 발음 등에 있으나 일반적으로 본토 스페인어와 중남미식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에는 큰 지장이 없다.

스페인 본토에는 까스떼야노 이외에도 바르셀로나 부근에서 사용하는 카탈란(Catalan), 포르투갈어와 흡사한 갈레고(Galego/Gallego), 바스꼬(Vasco) 등등의 다른 언어가 사용되어 지방마다 갈등을 겪고 있다.



* 나라별 스페인어 발음과 억양의 차이

우리가 흔히 책에서 공부하는 발음은 현대 스페인어와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잘못 알려진 발음이 알파베또(Alfabeto)중 Y(이그리에가)와 LL(엘예/에제) 발음이다. 둘다 ㅇ발음으로 알려져 있으나 글쓴이가 만난 본토 스페인 사람중에서 yo(나)를 ‘요’로 발음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모두 ‘죠’로 발음함).

현대 스페인어에서 Y/LL 발음은 ㅇ발음이 아닌 ㅈ발음으로 변화하고 있거나, 최소한 혼용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가 두음법칙으로 더 이상 ‘리발’이라 발음하지 않고 ‘이발’이라 발음하는 것처럼.


Y LL C Z G/J
본토 스페인어 ㅇ/ㅈ ㅇ/ㅈ ɵ ɵ ㅎ(강)
콜롬비아 스페인어 ㅎ(약)
멕시코 스페인어 ㅎ(약)
중남미 일반스페인어 ㅎ(약)
아르헨티나 스페인어 ㅎ(강)

* 본토 스페인어에서 C/Z 발음은 영어의 번데기 발음(ɵ)이다. 이 글에서 나라별 스페인어는 각 나라의 수도 표준말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글쓴이가 즐겨 사용하는 예문을 하나 살펴보자. 발음 공부를 위해 쓴 아무 의미없는 문장이다.
Yo llevo llave y cerveza a Cartagena.
나는 열쇠와 맥주를 카르타헤나로 가지고 갑니다.

1. 이 문장을 본토 스페인어식으로 발음하면 다음과 같다.
Yo llevo llave y cerveza a Cartagena.
요 예보 야베 이 르베 아 카르타나 /
죠 제보 자베 이 르베 아 카르타
* 여기서 세르베사의 C / Z 발음번데기 발음(ɵ)이며, 카르타헤나의 ㅎ발음은 가래 끓듯 목구멍에서부터 나는 강한 소리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토 스페인어는 번데기 발음과 강한ㅎ 때문에 중남미 스페인어보다 발음을 익히기가 훨씬 어렵다.


2. 위의 문장을 콜롬비아식으로 발음하면 다음과 같다.
Yo llevo llave y cerveza a Cartagena.
죠 제보 자베 이 세르베사 아 카르타헤나
* Y/LL 발음으로 소리난다는 것만 주의하고 그냥 읽으면 된다. 콜롬비아식 특히 보고타의 스페인어 회화는 너무 빠르지 않고 정확한 발음에, 특이한 억양이 없어 흔히 중남미 스페인어의 스탠다드로 여겨진다.

3. 위의 문장을 아르헨티나식으로 발음하면 다음과 같다.
Yo llevo llave y cerveza a Cartagena.
쇼 셰보 샤베 이 세르베사 아 카르타~나
Y/LL 발음으로 하여 날카롭고 ㅎ발음이 강하다. 거기다 문장의 끝을 올려 끄는 특유의 억양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스페인어가 독특한 것은 19세기에 많이 이주해 온 이태리 사람들의 영향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Argentino(아르헨티노)라는 단어도 아르헨티나 식으로 읽으면 ‘아르헨~노’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아르헨티나에서는 스페인어의 2인칭 대명사인 tú보다 vos라는 독특한 단어를 사용하고 이에 따른 동사변화형을 따로 외워야 한다. 

스페인어를 욕심내어 배울 생각이라면 유별난 발음과 억양, vos 2인칭 대명사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라고 추천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어 전공자들이 어학연수지로 왜 아르헨티나를 택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리핀에 가서 따갈로그식 영어를 배워오는 격이라고나 할까.) 

* 베네수엘라 스페인어도 아르헨티나 스페인어와 억양이 비슷한데, Y/LL 발음을 ㅅ으로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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