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세계일주 동호회에 최근 사건이 터졌다.


H라는 여행자가 올려온 글의 안전결여, 위험권장에 대한 문제로 자유게시판이 달구어진 이후,
사람들 편갈라 싸움나고 결국엔
당사자 탈퇴하고 익명게시판까지 폐쇄됐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사건의 중심엔 본인이 있었다.

H의 글을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반박해오던게 나였고,
마지막에 논란이 된 글에 대해 ‘컴플리트한 반박글’을 올린 것이 나였으니까.


공교롭게도 내가 마지막으로 올린 반박글은 공지로 떠버렸고(어찌된 영문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 동호회 운영자중 한 명이 안전에 대해 도움이 되는 글이라 판단해서 공지 지정했단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운영자와 본인 사이에 무슨 관계라도 있는지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이 논란 한가운데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대부분은 개념없는 H의 ‘정보’글을 지탄하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공지는 넘 심했다, 운영진 사과요구한다는 등 반대의견도 적잖이 올라왔다.


최근에는 H에 대한 일부 옹호파가, 반박론자들이 당사자를 이지메하고 누명을 씌웠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물론, 반박론자들이 제시하는 사례나 일의 흐름을 처음부터 살펴보라는 의견들은 무시당하고 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안전’ 때문에 촉발된 이번 이슈가 ‘집단 이지메의 도덕성’ 문제로 논점 이탈된다.

본인은 옹호론자들에게 한가지 묻고 싶다.

궁극적으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도 전체적인 상황파악이 안되는가?



정신 차려라.

카오산로드 밤거리를 12시에 걸으면 칼이 목에 들어 오나?

뉴델리 거리를 대낮에 걷는다고 등 뒤에서 목 졸릴 위험이 있는가?

당신의 카메라를 카이로 시장바닥에서 사람 많은 대낮에 완력으로 채가나?


뭄바이 슬럼가를 걸어 지나간다고 총 맞아 죽을 위험이 있나?


정신 차려라.

당신이 어디서 얼마나 여행을 했는지는 몰라도, 중남미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다른 여행지처럼 조심해서 피할 수 있는 형태의 위험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즉각적으로 신체를 다칠 수 있는 위험이 깔려있는 곳이란 말이다.

자긴 히말라야도 혼자 올라갔다 왔다고 슬럼가 정도 구경하거나 가이드없이 7,000m 짜리 산 오르는 거 뭐가 문제냐는 헛소리 해대는 옹호파의 ㅇ같은 인간… 내가 말하고 싶은건 죽으려면 당신 혼자 죽지 다른 사람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는 거다.

(진짜 죽음을 불사하는 모험 하고 싶으면 본인에게 메일 보내라. 게릴라 체험투어 한번 해보고 싶지 않나? 게릴라 창궐지구 5천미터까지 가이드 없이 오를 수 있는 루트 가르쳐 줄 테니까. 본인은 당신들처럼 그런거 퍼블릭한 장소에 ‘정보’라고 올리면서 과시하지 않는다.)

다른 여행자 스타일을 존중하라고? 본인이 당사자의 자뻑글이나 “히치하이킹하다 도둑맞았다”, 이런 글이라도 간섭한 적이 있던가? 잘 한번 찾아보라. 딴지 건 글들은 모두 ‘정보’ 타이틀 붙이거나, 다른 여행자에게 위험을 부추기는 글들이었다.


도덕적으로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은 일단 배제하고 H의 글들을 살펴보자.

페루 한 달에 200~400달러면 저가여행 가능하다, 현지인 시장에서 트럭타고 다녀라, 7천미터 짜리 산 가이드없이 올라가라, 살바도르 위험지구 밤 11시에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노숙자/게이/마약범 구경해라….

이런 글들이 1년 가까이 ‘정보 타이틀’ 달고 올라왔다.
와 님 짱이에요 정말 도움되는 정보네요 이런 댓글로 도배가 되고 스크랩 카운터가 속속 올라갔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당사자에게 직접 쪽지를 보내 정보를 묻는 케이스 또한 적지 않았다.)


당신이 본인의 입장에서 – 남미 총 체류 3년반에 현지에서 여행숙박업을 하고 있고 일단위로 사건사고사례를 전해듣고 여행중 객기부리다 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 – 이런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과연 어떻게 했어야 할까?

이러다 사고 나지 싶어 당사자의 ‘정보글’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사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처음부터 본인을 ‘악플러’라 칭했다.

본인도 사람이다. 논쟁하다 보면 언성 높아지고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시로 글 내용 바꾸며 자신의 개념없음을 인정하지 않는 상대라면 더더욱 그렇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최소한 중남미정보 게시판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무개념 정보글 올라오는 족족 반박을 달았다. 내가 ‘악플’을 달거나 말거나 꿋꿋했던 그 여행자는 결국 ‘7천미터 짜리 산을 가이드 없이 혼자 올라가기’를 ‘정보’ 타이틀 붙여서 올리더라. 그 산에서 가이드 없이 올랐다 2달 사이에 사람 5명이 죽었다는 외신소식을 전해주자 ‘그거 뻥이에요’라고 반박했다 덩헌님과 본인의 반박신공에 글을 누더기 짜깁기처럼 수정했다.

그 여행자가 처음에 올린 글들과 지금의 글들은 천지차이다.

이걸 댓글과 흐름을 보고 집어내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나름 괜찮게 썼는데 왜 이리들 난리지, 하는 인간들이 있다. 국어공부 좀 하고 상황판단들 좀 해라, 제발. 난리치는 사람들 없었으면 수정 안된 글 보고 여러 사람 다쳤을 꺼다.



이번엔 도덕적인 면에서 그 여행자가 하고 다니는 짓거리 한 번 살펴볼까?

처음부터 경비 아끼려고 현지인집에서 무료숙식 받고 한국돈 선물하고 나오고, 스페인어 영어도 안 되면서 여행 전구간에서 히치하이킹 이동, 원래 학생할인이 없는 점을 이용해서 학생할인 요구, 남의 집 정원에 텐트치고 자기, 텐트촌에서 다른 사람 요리하는데 끼어들어 얻어먹고 차 얻어타기, 여객선 히치 시도 등등. 그래, 이거 다 당신들 말대로라면 개별여행자의 ‘스타일’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특히 남미에서 저러고 다니는 건 그냥 ‘목숨 내놓고 다니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본인이 주장하는 ‘빈민촌’에서 경비를 아낄 목적으로 무료숙식을 제공받는다는 문제에 이르면 여행자의 도덕성과 나라망신이라는 논점까지 도달하게 된다.

‘경비 아낄려고 현지인 이용한다’는 사람들의 지적에 저 여행자가 뭐라고 반박해왔는지 아는가?

‘본인은 구호단체에 매달 5천원씩 기부한지 10년이 넘었다(그러므로 얻어먹어도 된다)’, ‘사실은 본인도 빈민촌 출신이다’, ‘빈민촌 아이들을 방문하면서 커서 본인처럼 세계를 여행하라는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다’….. (의심나면 한번 당사자의 글들을 직접 찾아보라. 본인이 “누명”을 씌우고 있는건지 아닌지.)

여러 가지 가능성으로 개인적 결론을 내리자면 당사자가 머문 곳은 빈민촌도 아니었고, (빈민촌의 사전적의미는 영어의 slum과 같다. 내가 글에서 슬럼가라고 표현했더니 본인은 달동네 묵었는데 slum 우범지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곡해하고 내가 악플을 달았단다. 정말 국어공부부터 다시 하라고 전하고 싶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현지인집에서 무료숙식과 히치하이킹을 계획하여 예산 자체를 줄여잡았고(남미여행전 이 여행자가 올린 질문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산에 답변을 달아준 게 나였으니까), 올려온 글들은 오로지 ‘튀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매우 허술하고 참조하는 이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최근 중남미에 여행오는 사람들 60%가 배낭여행 자체가 처음인 현실에서,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글 쪼가리 프린트해서 들고 다니는 현실에서,


중남미에 도착하고나서야 보이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루트와 경비 짜달라 하는 현실에서…

(이런 대책없는 궁극의 ‘깡’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전체 여행자중 5% 이상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무책임한 글들을 정보랍시고 올리는 것은 한 마디로 ‘간접살인’이다.

(당사자의 모든 글에는 ‘따라하다가 사고 나도 본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친절한 설명이 붙어있다. 자랑만 하고 책임은 지기 싫다는 얘기다.)



당신이 중남미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게 당신의 잘못은 아니다.

당신이 여행스타일이 위험과 남들 안 해본 모험을 즐기는 것이라면,
그건 당신의 자유고 당신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당신의 개념없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키지는 말아달라”, 이것이 내 부탁이다.


여행에 대한 도전과 탐구정신? 그런거 좋아하다 한 번 진짜로 죽을 뻔 해봐라.
“그런 소리 개나 던져 줘라” 소리 절로 나오는가 아닌가.


눈앞에서 칼 한번 휘두르는 광경 보고 한 달 이상 패닉에 빠지고, 대낮에 공원에서 카메라 완력으로 소매치기 당해 여행의지를 잃고, 지갑 여권 다 털려 귀국하는 사람들 매일 같이 보는 상황에서도 그딴 소리가 한 번 나오는지 보자.

(옹호파의 헛소리맨들, 남미에서 딱 3개월만 일해보고도 계속 모험과 탐구정신 소리 나오면 내가 형님으로 모시겠다. 태양여관에서 3개월만 문지기 하면서 사고사례들 수집해봐라. 당신들이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보다 10배 100배 많은 여행자들을 접하는 것이 우리 직업이다.)

양극단에 있는 글로서 다른 여행자의 스타일 존중? 따라하다가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는 글을 존중해달란 말이냐? 진정으로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 글 올린 당사자 탈퇴하고 더 글 안 올리는 수준에서 무마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가?


이런 점도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문제의 여행자 H는 그냥 일개 배낭여행자고(본인이 책을 낼 계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은 콜롬비아에 자리잡고 사는 사람이다. 중남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여행중인 사람은 한번 이상 이름을 듣게 되는 일종의 ‘공인’이라는 말이다. (태양여관에서 다니님이 어쨌다 저쨌다 하는 얘기는 중남미 끝에서 끝까지 여행자들의 입을 돌고 퍼진다. 이미 내 마음대로 행동하며 살기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본인이 뭐하러 스스로 내 이미지 깎아먹으면서까지 일개 배낭여행자가 올리는 글에 반박해야 했을까? 누구 말마따나 남미사랑 민박의 덩헌님이나 본인 같은 숙소운영자가 왜 입에 거품 물고 ‘안전’, ‘안전’ 강조하는 것일까? “중남미 여행 아무 문제없어요~ 그냥 쿨하게 다니면 돼요~” 이래야 손님들도 더 올텐데 말이다.

-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와 여행기들, 여행자분들 모두 현명하게 판단합시다.

이젠 더이상 한비야류의 오지여행이나 위험추구 컨셉이 먹혀드는 시대가 아니다.
어설픈 여행작가 지망생의 거짓말과 과장을 보고 스스로를 위험 속에 빠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본인도 예전엔 한국여행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여행스타일에 회의를 느끼고 비판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비판이 개별 여행자의 스타일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하여 자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자 즐겁게 본인이 만족하는 여행을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행이 조금 덜 재미있어도 죽거나 다치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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