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할지 망설였습니다만… 최근 일부 블로거들의 무책임한 정보를 그대로 믿고 일정을 짜오신 피해자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관계로, 남미 배낭여행때 일정 짜기에 대해 약간의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중남미 배낭여행 필드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여행자들 사이는 항상 시끄럽습니다. 예전에는 한 안전불감증 여행자가 남미에서 위험을 조장하고 권유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서 문제가 되었다면, 최근에는 남미를 일년 가까이 여행한 일부 블로거들이 자신의 여행루트를 2~3개월로 압축하여 다른 사람에게 5~6개국을 여행하라고 권유하고, 실제 그 정보를 그대로 믿고 현지에 온 여행자들이 일정이 꼬이고 원하는 여행을 하지 못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중남미 여행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2개월 정도밖에 일정이 나지 않는 분에게는 남미여행을 쉽게 권유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여행할 나라를 2~3개국 정도로 줄이던가, 아니면 나중에 좀더 여유있을때 6개월 이상 여행하기를 추천하시겠지요.
최근 피해사례 중에 가장 심각했던 사례를 소개하자면, 일부 블로거의 일정을 그대로 믿고 16일 동안 무려 4개국 여행계획을 짜서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소개된 일정을 짜깁기 하여 항공이동 한번 넣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신 모양인데, 당시 태양여관에 있던 한국인들이 모두 경악하여, 일정을 대폭 수정하여 나라 하나를 빼고 항공이동을 한번 더 넣게한 후 그날 밤 바로 출발하도록 조치했던 일이 있습니다.
이 분은 가장 심각한 사례였지만, 그런 블로그 일정을 참고하여 2개월 남짓 일정으로 콜롬비아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여행하겠다고 오시는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미 중남미 여행필드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큰 이슈가 되고 있고,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앞으로 여행 나오실 분들중 피해자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행필드에서 일하는 현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제 경험과 다른 분들의 사례를 종합하여 중남미 여행 일정짜기에 대한 참고사항을 몇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남미여행에서는 버스이동에만 약 한달이 걸린다.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이동하는 루트인 콜롬비아부터 아르헨티나까지 버스이동에만 약 30일이 걸립니다. 나라수를 반으로 줄여도 15일 정도입니다. 이 기간을 제외한 일수가 순수한 여행일정이라고 생각하고 여유있게 일정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밤버스를 타니까 일정에 지장이 크게 없지 않느냐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텐데, 짐을 싸고 풀고 터미널 갔다왔다 새 숙소 잡는 것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인데다 밤버스 탄 다음날은 보통 매우 피곤해서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 밤버스를 타고 난 다음날은 무조건 쉬는 날로 잡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한국여행자들의 버스 경험은 서울-부산 5시간 남짓입니다. 그러나 남미에서는 도시간 이동시 12시간 이상 버스 이동은 기본이며, 리마-쿠스코 처럼 24시간 걸리는 곳이나, 파타고니아-부에노스 처럼 46시간 걸리는 곳, 심지어 보고타-리마 처럼 77시간 이동을 해야하는 루트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런 장시간 버스를 타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목적지에 도착한 날 뻗을 수밖에 없습니다.
야간버스 타고 도착한날 아침에 바로 투어를 알아보고, 투어하고, 그날밤 바로 이동하고… 물론 이런 식으로 여행이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해보신 분들은 두번 다시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일정이 짧은데 항공권 구입할 돈은 없고, 마추픽추는 꼭 보고 싶어서 보고타-리마 77시간, 그리고 다시 리마-쿠스코 24시간, 거기서 오얀따이땀보를 거쳐 마추픽추까지 다시 4~5시간 논스탑/스트레이트로 이동하셨던 여행자를 한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여행이 얼마나 힘들지 한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3. 고산지대를 들어갈 때, 휴식일정을 충분히 고려한다.
콜롬비아 보고타 2600m, 에콰도르 키토 2800m, 쿠스코 2800m, 라파스 3300m 등 남미에 고산지대 널리고 널렸습니다. 태양여관에 오시는 손님들을 보고 대략 통계를 내보자면, 20명에 한명 꼴로 2600m에서 고산증세로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4천미터를 넘어서면 거의 80% 이상의 사람들이 고산증세를 느끼는데, 증상은 호흡곤란, 심박증가, 두통, 전신근육통 등이며 심한 경우 구토와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이 고산병은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심해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장시간 야간버스를 타고 고산지대에 들어갔는데 당일에 바로 투어를 떠나고, 그날 밤에 다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식으로 다니다가는 건강을 해치기 쉽습니다.
고산지대 등지를 무리한 일정으로 여행하다가 병이 나서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한곳에서 휴식만 취하는 여행자들 사례가 은근히 많습니다. 고산지대 적응은 사람에 따라 일주일 가량 걸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런 점을 참고해서 고산지대에 들어갈 때는 최소한 1~2일 이상 여유 일정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4. 일정을 짤때 반드시 다른 여행자들의 조언을 구한다.
아무리 블로그의 정보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인터넷 여행동호회 같은 곳에 자신이 계획한 일정을 올리면 무리가 있는 부분은 다른 사람이 지적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상 특히 개인블로그에 올라온 정보들 대부분은 글쓴이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여러 사람의 조언을 구해서 일정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블로그 내용을 그대로 프린트해서 오시는 분들이 남미에 실제로 와보고, 본인의 일정으로는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없어 좌절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 개인적으로, 2개월 정도의 일정이면 남미여행시 3개국을 넘기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짧은 일정에 이동도 너무 힘들고 주요여행지를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고 봅니다. 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루트라면 최소 4개월, 여유있게 6~8개월 정도를 추천하며, 여기에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을 포함하는 일주 루트라면 최소 8개월, 넉넉하게 1년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동감합니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발자국만 찍고 이동하는 여행도 나름 한 종류겠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그게 너무나도 힘들다고 다들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준비도 없이 여행을 떠난 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여행 전에 이 곳에서 정보도 얻고 주의사항도 세밀히 살펴보았지요. 떠난지 이제 한 달 됐군요. 콜롬비아에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보고타 가서 호스텔가면 뵐 수 있나요?^^
대부분 생애 한번 하시는 남미여행이니, 무리하지 말고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하셨으면 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블로그라는 것도 하나의 출판인데, 저렇게 무책임한 정보들이(사실 일정짜기에 관한 저의 태클은 빙산의 일각일 정도로 문제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퍼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를 야기한다는게 참 개운하지가 않네요.
아르헨티나 쪽에 계신가 보군요? 저는 언제나 보고타에 있습니다. 태양여관 오시면 그때 맥주 한잔 하시죠~ ^^
안녕하세요~우연히 들렀는데 좋은 정보가 많네요ㅎㅎ 전 18살(한국나이론 19살) 여잔데 혼자 남미여행 준비중이라 이 폴더에 있는 글 꼼꼼히 다 읽어봤습니다만 읽고 나니 머리가 더 복잡해지네요…3개월 일정 생각하고 있었는데 3개월 가지곤 택도 없겠어요 게다가 전 멕시코시티-_-; 부터 쭉 내려올 생각이거든요. out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계획 중이었는데 허허 3개월은 커녕 6개월도 모자랄 기세…갈라파고스까지 갈 예정이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페인에 오래 살아서(바르셀로나이긴 하지만ㅡㅡ;) 말은 할 줄 알고 포르투갈어도 한국사람들이 보통 영어하는 정도는 해서 언어문제는 없는데 그놈의 시간이 문제네요. 대부분 도시마다 친구들이 살아서 숙박비 절약된다는것만으로 들떠있었는데(그냥 지나가다 만난 사이가 아닌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 안전문제는 없어용) 아무래도 일정을 줄여야겠네요. 근데 포기하고 싶은 루트가 없어요 어떡해요 ㅜㅜㅜㅜ
반갑습니다. 여행준비중이라니 설레시겠어요. ^^
루트 잘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멕시코시티부터 주~욱 내려온다면 순수하게 이동만 2달 이상 걸리겠군요; 갈라파고스는 일주일 경비 1천달러 정도 드는 것도 염두에 두시구요.
포기하고 싶은 루트 없는 것도 이해합니다만, 정 안되면 중미만 3개월 다녀오시던지, 남미만 (무리해서) 3개월 정도 빡세게 도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실 멕시코만 해도 여유있게 다 보려면 3개월 잡아야 하거든요.
(전 2005년 첫 남미여행 일정이 총 3개월이었는데 콜롬비아에서만 6개월 있다 비자연장이 안되어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
에콰도르 애들이 갈라파고스 비싸다고 지나가면서 말한 게 기억이 나는데 진짜 비싸네요ㅡ.ㅡ; 자연이나 고대유적지보단 문화예술분야에 더 관심이 있는 편이라 일단 제외시켜야겠어요 근데 제가 딱히 이유는 없지만 카라카스에 꼭 가보고 싶은데 시간 낭비인가요? 상대적으로도 위험한 축에 속하는데 별 매력 없으면 괜히 쫄기만 하고 돈낭비 아닐까 싶어서용. 결국 여행이라는게 자기가 가고 싶은 곳 가는 거지만.. 그래도 조언을 좀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여쭤봐요~ 아참 혹 아프리카에 가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작년 이맘때쯤 요하네스버그에 갔었는데, 여긴 오래 있을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돈 한번 안 털리고 잘 다녀왔거든용.. 전 엄청나게 긴장하고 갔었는데 의외로 남미 출신인 친구들은 별 두려움이 없더라구요 자기네 나라랑 별 다를것도 없다며.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남아프리카 치안은 최악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말이죠.. 어째 남미 일부지역이 더 위험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ㅡ.ㅡ;;;
그리고 좀 외람된 질문인진 모르겠지만, 특별히 콜롬비아에 정착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실 이런 이유가 있다 해도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ㅋㅋ 다른 국가들도 많이 방문하셨을 텐데 콜롬비아에 자리잡은 이유가 궁금해용. 쓸데없이 댓글이 넘 길어졌나.. 어쨌든 좋은 하루 되셔용.^^
모든 사람의 딜레마지요. 시간은 없고 가보고 싶은 곳은 많고. 저는 1달 반동안 4개국 도는데 장거리 구간은 다 항공이동으로 처리하고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항공이동이 애매한 곳은 제외시켰습니다. 항공이동도 19시 이후 시간으로 발권하면 생각보다 여행기간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남미 여행을 혼자 계획중인 여성입니다. 하도 주변 사람들이 만류를 하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영웅담 믿지 말라기애, 안전 관련 정보를 찾던중 이 블로그 까지 흘러 왔네요.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이것 저것 읽고 있는 중인데, 오래된 글인 줄은 알지만, 제가 콜롬비아 – 에콰도르 – 페루 – 볼리비아 이렇게 네 국가를 여행후 볼리비아 스쿠레에 도착하려고 하는데, 여행기간을 얼마 정도로 잡아야 적당할까요? 도무지 감히 안잡히네요. 무리하게 잡고 싶지 않고, 현실적으로 계획하고 싶은데.
콜롬비아로 인하여 볼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여행을 3달 생각중인데…많이 벅찰것같네요ㅋㅋㅋ
주로 콜롬비아로 인해서 멕시코로 아웃하던데 아르헨티나에서도 아웃이 가능한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세요~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공감은 되나 일반적인 사람이 6개월에서 1년씩 여유 있게 여행하기는 쉽지 않죠.. 돈만 넉넉하다면 긴 구간은 항공으로 이동하고 한 나라의 여러 도시를 구석구석 보지 않을 거라면.. 5개국 정도 2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박 겉핧기로 여행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