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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배낭여행 일정 짤때 참고할 사항

201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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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할지 망설였습니다만… 최근 일부 블로거들의 무책임한 정보를 그대로 믿고 일정을 짜오신 피해자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관계로, 남미 배낭여행때 일정 짜기에 대해 약간의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중남미 배낭여행 필드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여행자들 사이는 항상 시끄럽습니다. 예전에는 한 안전불감증 여행자가 남미에서 위험을 조장하고 권유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서 문제가 되었다면, 최근에는 남미를 일년 가까이 여행한 일부 블로거들이 자신의 여행루트를 2~3개월로 압축하여 다른 사람에게 5~6개국을 여행하라고 권유하고, 실제 그 정보를 그대로 믿고 현지에 온 여행자들이 일정이 꼬이고 원하는 여행을 하지 못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중남미 여행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2개월 정도밖에 일정이 나지 않는 분에게는 남미여행을 쉽게 권유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여행할 나라를 2~3개국 정도로 줄이던가, 아니면 나중에 좀더 여유있을때 6개월 이상 여행하기를 추천하시겠지요.
 
최근 피해사례 중에 가장 심각했던 사례를 소개하자면, 일부 블로거의 일정을 그대로 믿고 16일 동안 무려 4개국 여행계획을 짜서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소개된 일정을 짜깁기 하여 항공이동 한번 넣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신 모양인데, 당시 태양여관에 있던 한국인들이 모두 경악하여, 일정을 대폭 수정하여 나라 하나를 빼고 항공이동을 한번 더 넣게한 후 그날 밤 바로 출발하도록 조치했던 일이 있습니다.
 
이 분은 가장 심각한 사례였지만, 그런 블로그 일정을 참고하여 2개월 남짓 일정으로 콜롬비아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여행하겠다고 오시는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미 중남미 여행필드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큰 이슈가 되고 있고,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앞으로 여행 나오실 분들중 피해자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행필드에서 일하는 현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제 경험과 다른 분들의 사례를 종합하여 중남미 여행 일정짜기에 대한 참고사항을 몇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남미여행에서는 버스이동에만 약 한달이 걸린다.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이동하는 루트인 콜롬비아부터 아르헨티나까지 버스이동에만 약 30일이 걸립니다. 나라수를 반으로 줄여도 15일 정도입니다. 이 기간을 제외한 일수가 순수한 여행일정이라고 생각하고 여유있게 일정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밤버스를 타니까 일정에 지장이 크게 없지 않느냐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텐데, 짐을 싸고 풀고 터미널 갔다왔다 새 숙소 잡는 것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인데다 밤버스 탄 다음날은 보통 매우 피곤해서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 밤버스를 타고 난 다음날은 무조건 쉬는 날로 잡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한국여행자들의 버스 경험은 서울-부산 5시간 남짓입니다. 그러나 남미에서는 도시간 이동시 12시간 이상 버스 이동은 기본이며, 리마-쿠스코 처럼 24시간 걸리는 곳이나, 파타고니아-부에노스 처럼 46시간 걸리는 곳, 심지어 보고타-리마 처럼 77시간 이동을 해야하는 루트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런 장시간 버스를 타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목적지에 도착한 날 뻗을 수밖에 없습니다.
 
야간버스 타고 도착한날 아침에 바로 투어를 알아보고, 투어하고, 그날밤 바로 이동하고… 물론 이런 식으로 여행이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해보신 분들은 두번 다시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일정이 짧은데 항공권 구입할 돈은 없고, 마추픽추는 꼭 보고 싶어서 보고타-리마 77시간, 그리고 다시 리마-쿠스코 24시간, 거기서 오얀따이땀보를 거쳐 마추픽추까지 다시 4~5시간 논스탑/스트레이트로 이동하셨던 여행자를 한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여행이 얼마나 힘들지 한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3. 고산지대를 들어갈 때, 휴식일정을 충분히 고려한다.


 
콜롬비아 보고타 2600m, 에콰도르 키토 2800m, 쿠스코 2800m, 라파스 3300m 등 남미에 고산지대 널리고 널렸습니다. 태양여관에 오시는 손님들을 보고 대략 통계를 내보자면, 20명에 한명 꼴로 2600m에서 고산증세로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4천미터를 넘어서면 거의 80% 이상의 사람들이 고산증세를 느끼는데, 증상은 호흡곤란, 심박증가, 두통, 전신근육통 등이며 심한 경우 구토와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이 고산병은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심해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장시간 야간버스를 타고 고산지대에 들어갔는데 당일에 바로 투어를 떠나고, 그날 밤에 다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식으로 다니다가는 건강을 해치기 쉽습니다.
 
고산지대 등지를 무리한 일정으로 여행하다가 병이 나서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한곳에서 휴식만 취하는 여행자들 사례가 은근히 많습니다. 고산지대 적응은 사람에 따라 일주일 가량 걸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런 점을 참고해서 고산지대에 들어갈 때는 최소한 1~2일 이상 여유 일정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4. 일정을 짤때 반드시 다른 여행자들의 조언을 구한다.


 
아무리 블로그의 정보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인터넷 여행동호회 같은 곳에 자신이 계획한 일정을 올리면 무리가 있는 부분은 다른 사람이 지적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상 특히 개인블로그에 올라온 정보들 대부분은 글쓴이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여러 사람의 조언을 구해서 일정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블로그 내용을 그대로 프린트해서 오시는 분들이 남미에 실제로 와보고, 본인의 일정으로는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없어 좌절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 개인적으로, 2개월 정도의 일정이면 남미여행시 3개국을 넘기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짧은 일정에 이동도 너무 힘들고 주요여행지를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고 봅니다. 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루트라면 최소 4개월, 여유있게 6~8개월 정도를 추천하며, 여기에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을 포함하는 일주 루트라면 최소 8개월, 넉넉하게 1년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