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바꾼 그 사건 이후,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게 된지도 벌써 3년째.. 2022년초 현재 복잡한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남미여행중이며 콜롬비아에 체류하고 있는 1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2021년말-2022년 초)의 중남미여행은 멕시코과 콜롬비아가 대세인 듯 합니다. 입국시 아무런 제재가 없는 멕시코와 백신접종증명만 요구하는 콜롬비아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현재 적지 않은 숫자의 한국인들이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여행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콜롬비아하면 구체적인 정보가 많지 않고 막연히 30~40년 전의 이미지대로 위험하다고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듯 합니다.
콜롬비아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랜드마크가 없다는 것이 아쉬워서, 여행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콜롬비아에서 꼭 가볼만한 관광지를 개인적인 의견을 첨부하여 소개해봅니다.
*리스트에 제가 아직 방문하지 못한 지역도 있으며,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거나 임팩트가 약한 곳들은 제외하였습니다. 편의상 숫자를 넣었지만 특별한 순위는 없습니다. 지역별 영상은 편집이 끝나는대로 링크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무료로 사용가능한 소스를 이용했더니 사진이 많이 아쉽습니다. 실제로는 더 예쁘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메데진(Medellín) – 코무나 13
메데진하면 콜롬비아 제 2의 도시이고 날씨가 좋고 미녀가 많다는 정도로만 아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의 “나르코스(Narcos)”를 미리 감상하고 오신다면 메데진이 그저 남미의 날씨 좋은 도시가 아닌 감동이 있는 도시로 다가올 것입니다.
남미의 산기슭 지역들은 파벨라(Favela)라고 불리우며 치안이 좋지 않은 슬럼가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인데, 슬럼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서 살인률이 95% 이상 감소하는 등 메데진은 남미 도시재생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슬럼가에서는 도심 접근성이 좋지 않아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데 케이블카로 슬럼가 거주자들의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으며 대중교통으로 무료환승이 가능합니다. 메데진의 성공 이후 볼리비아 라파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브라질의 리오에도 슬럼가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었습니다.)
특히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주 활동무대였으며 남미 최악의 슬럼가였던 “코무나13(Comuna 13)”를 방문해 보시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콜롬비아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 와닿으리라 믿습니다.
(현재 코무나13에는 Free-Walking Tour 형식으로 수많은 여행사와 가이드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완전무료가 아닌 1인당 7~10불 정도의 팁 베이스 형식입니다. 코무나13는 완전한 관광지로 탈바꿈하여 안전합니다만, 개별적으로 갔던 여행자들이 실수로 위험지역에 들어서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투어로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2. 삐에드라 델 뻬뇰 – 과타페
메데진 근교의 엘 뻬뇰 지역의 220m의 거대 암석을 “삐에드라 델 뻬뇰(Piedra del Peñol)”이라고 합니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인 듯한 모습이 경이로우며, 주변 호수 경치도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단일 거대 암석 지형을 모노리스(Monolith) 라고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크게 3곳 정도가 알려져 있습니다. 콜롬비아 메데진의 삐에드라 델 뻬뇰(220m), 브라질 리오의 팡지아수까르(396m), 나이지리아의 주마락(300m) 등. 이 중 삐에드라 델 뻬뇰이 유일하게 걸어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팡지아수까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형식입니다.
메데진에서 뻬뇰까지는 1시간반 정도 걸리며, 인근지역의 과타페를 함께 들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은 호반도시로 다채로운 색채가 아름다운 관광도시입니다.
현지여행사의 1일 투어를 이용할 경우 모터보트를 타고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집(폭격 이후 방치되어 있음)을 방문하는 프로그램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3. 아마존 (레티시아)
개인적으로 정글투어를 여럿 체험해 보았습니다만, 레티시아 만큼 좋았던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미의 정글투어는 대부분 프로그램이 비슷한데, 피라냐 낚시(및 요리해먹기) – 악어/원숭이/뱀/돌고래 등 동물 보기 – 정글트레킹(밤/낮) – 보트 투어 – 지역원주민 방문 등입니다.
유사한 정글투어는 많지만 아마존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광활함과 특별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 도시 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콜롬비아의 레티시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나우스의 경우 브라질 최북단 부근에 위치해 있으며 인구가 220만명이나 되는 대도시입니다. 이끼토스 또한 인구 38만명이며 페루 북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레티시아는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로 콜롬비아 최남단 동쪽에 위치해 있지만, 수도 보고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보고타-레티시아-메데진/칼리 등 인아웃 동선을 짜기가 수월합니다. 또한 항구에서 티쿠나(TiCuna), 야구아(Yagua), 코카마(Cocama) 족등 아마존 원주민들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으며, 배로 1시간 정도만 나가도 원주민들의 실제 거주지역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 브라질, 페루의 3국경이 인접해 있는 것도 레티시아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한 방문시에는 출입국 스탬프를 찍지 않고도 다른 나라를 들렀다 돌아올 수 있습니다.
*여행VLOG 업데이트 예정
4. 타이로나 국립공원(Tayrona National Park)
예전 타이로나 문명이 있던 지역에 있는 국립공원입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콜롬비아 원주민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코기(Kogi)족이 타이로나 문명의 후계자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타이로나 국립공원의 핵심은 정글과 붙어있는 카리브해 해변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도보로 30여분 거리마다 다른 해변과 연결되며 각각 해변으로 가는 길의 풍경이 달라 지루하지 않고 이동 난이도 또한 높지 않아 해변과 정글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타이로나 국립공원을 방문하실 분들은 꼭 2박 이상 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가장 저렴한 숙박옵션으로 해먹과 텐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행VLOG 업데이트 예정
5. 콜롬비아의 산들: 코쿠이 – 로스 네바도스 – 시에라네바다
콜롬비아에서 산은 게릴라들이 점령했던 구역으로 오랫동안 외국인들은 물론 현지인들조차 찾지 않는 곳이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게릴라와의 평화협정 이후 더욱 많은 지역에서 트레킹이 가능해졌습니다.
콜롬비아에는 해발 5천미터가 넘는 산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주요한 곳들을 몇몇 소개해드리자만 우선 에헤 카페테로(커피재배지) 부근의 로스 네바도스를 들 수 있겠습니다.
해발 5천미터 이상의 봉우리를 네바도(Nevado)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여럿 있는 곳이라 하여 로스 네바도스(Los Nevados)라고 합니다. 차량으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네바도 델 루이스가 가장 인기 있으며 톨리마, 산타 이사벨 등도 유명합니다. 이 지역에서는 설산, 빙하 외에도 프레일레혼(freilejon)이라고 1년에 1cm씩 자라는 식물이 있어 특이한 경치를 보여줍니다.
콜롬비아 서부에는 코쿠이(El Cocuy) 국립공원이 있는데, 악마의 강단(Púlpito del diablo)이라는 기이한 바위와 고지대 호수 등의 경치가 압권입니다. (로스네바도스와 코쿠이를 콜롬비아의 2대 명산으로 치는데, 각각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경치가 뛰어납니다)
이외 콜롬비아 북부의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de Santa Marta)는 해수면부터 시작하는 해발 5,775m로 사실상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게릴라 때문에 일부지역만 개방되었던 산인데, 최근에는 트레킹 상품이 하나둘씩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6. 콜롬비아 카니발: 바란끼자, 파스토, 메데진
중남미는 어느 지역을 방문해도 크고 작은 카니발(축제)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익히 아시는대로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이 세계 제 1의 규모를 자랑합니다만, 그 다음으로 세계 2번째가 콜롬비아 바란끼자 카니발(Carnaval de Barranquilla)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은 드물 것 같습니다.
콜롬비아의 카니발은 축제 행렬과 소통하기가 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근접 거리에서 행렬과 아이컨택을 하며 축제에 녹아드는 기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치안 또한 카니발 임을 감안하여 소매치기 등만 조심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콜롬비아의 2대 축제 중에는 바란끼자 카니발과 함께 1월에 열리는 파스토 지방의 흑과 백 축제(Carnaval de Negros y Blancos)가 들어가는데, 노예해방을 기념하여 하루는 참가자들 모두가 흑색으로, 하루는 백색으로 칠하고 축제에 참여하며 다채로운 색상의 거대 조형물 행진이 특징입니다. 두 축제 모두 중남미 축제중에서 드물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외 8월에 열리는 메데진의 꽃축제(Feria de las Flores)도 유명하며, 크고 작은 도시들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펼쳐집니다.
7. 산안드레스 – 프로비덴시아
콜롬비아령이지만 특이하게도 니카라과에 인접해 있는 카리브해의 대표적인 휴양섬이 산안드레스(San Andres)입니다. 그림 같은 백사장과 맑은 물로 유명하며,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PADI 다이빙협회 공식 39m에 이르는 탁월한 수중시야가 압권이며, 대물은 드물지만 카리브해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산호와 수중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산안드레스는 최근 수년간 저가항공의 정착으로 왕복 100불 초반부터 다녀올 수 있는 대중적인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최성수기와 허리케인 시즌을 피하면 언제든지 카리브해의 천국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산안드레스의 쌍둥이섬 격인 프로비덴시아(Providencia)는 덜 개발되고 더 자연 그대로인 섬으로, 산안드레스가 너무 관광화 되어있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섬 자체의 자연과 다이빙이 산안드레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8. 산힐(San Gil)
에콰도르의 바뇨스(Baños)와 함께 남미의 2대 액티비티 천국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래프팅/카약(2-3급수/4-5급수), 패러글라이딩(기본/치카모차 계곡), 동굴, 캐녀닝(협곡-폭포 타기), 번지점프(70/140m), 마운틴바이킹 등 대부분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명소입니다.
도시 자체도 작고 활기차고 치안도 문제없으며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메데진과 기온이 비슷합니다. 산힐 부근에 콜롬비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콜로니얼 도시로 꼽히는 바리차라(Barichara) 또한 다녀오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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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카르타헤나(Cartagena de Indias)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카리브해의 유명관광지로, 스페인식 콜로니얼 양식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구시가의 규모와 컬러풀한 색채가 압도적이고 다양한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치안 또한 나쁘지 않고(소매치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예전 영국함대와 카리브해의 해적들을 방어했던 중남미 최대 규모의 성(Castillo de San Felipe) 또한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741년 압도적인 병력의 영국함대를 물리쳤던 역사적인 카르타헤나 전투를 계기로 스페인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카르타헤나는 카리브해를 지나는 크루즈선들이 필수적으로 들리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으며, 부근의 5개 섬을 방문하는 이슬라 델 로사리오(Isla del Rosario) 투어와, 바루(Barú)섬의 플라야 블랑카(Playa Blanca) 해변, 토투모 머드화산 투어 등 근교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 또한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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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에헤 카페테로(Eje Cafetero)
콜롬비아 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커피일 것입니다.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재배지가 서쪽 지역의 마니살레스, 페레이라, 아르메니아 등이며 통틀어 에헤 카페테로(Eje Cafetero) 혹은 소나 카페테라(Zona Cafetera)라고 합니다. 이 지역에는 커피농장 뿐만 아니라 온천, 산맥, 계곡 등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으며, 브라질과 베트남의 기계식 대량 커피재배로 타격을 받은 이후 커피농장에 고급숙소를 도입하고 체험상품화 하는 등 다양한 매력으로 여행자들을 불러 들이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커피 재배는 경작이 어려운 고지대에 적응한 사례로 CCLC(The Coffee Cultural Landscape of Colombia)라 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기계로 대량수확하는 브라질, 베트남에 비해 콜롬비아는 잘 익은 커피콩을 일일이 손으로 따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에 따른 커피의 퀄리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VLOG 업데이트 예정
맺음말
이 시국에 직업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남미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국경상황으로 나라간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제 활성화를 우선시하여 여행객들에게 국경을 개방한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사례, 그리고 언제 마비되었냐는듯 회복되는 관광산업을 눈으로 보면서 언젠가는 예전처럼 모두가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코비드 치료제도 나왔고, 오미크론 또한 피크를 찍고 하향세라고 하니 2022년 말쯤이면 모든 것이 정상화되지 않을까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