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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 준비하기 – 안전편 (1)

200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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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 여행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일정짜기/경비 편에 앞서서 안전편을 먼저 소개한다. 이 포스트를 읽고난 후에 자신이 없어졌다면 중남미여행은 다른 지역을 먼저 여행한 후로 미루기를 추천한다.

– 페루 이끼토스의 슬럼가. 남미여행중 이런 곳을 한번 이상 지나치게 된다.

중남미는 아프리카와 더불어 여행하기에 가장 위험한 지역 중의 하나로 꼽힌다. 가장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은 도난, 강도, 납치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며, 중남미를 여행했을 때 도난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

문제는 생애 첫 배낭여행을 겁도 없이 남미로 결정하는 여행자들이다. (글쓴이는 솔직히 첫번째 배낭여행지로 남미를 선택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여행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은 언제 조심해야 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분위기 파악이 느릴 수 밖에 없으며, 더욱이 대부분의 한국여행자들이 스페인어를 모르고 현지에서는 영어가 안 통한다는 이유로 언어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만약, 남미여행중 당신의 여권과 신용카드와 카메라, 노트북 컴퓨터를 모두 도둑맞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스페인어는 모른다, 영어는 통하지 않는다,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남미여행중에 아무런 일도 없었음을 자랑하며 “생각보다 별로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는 인식을 퍼트리는데,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남미의 치안수준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글쓴이가 겪은 일과 지인, 그리고 여행자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을 아래 몇가지 소개해본다.

* 남미여행 11개월 동안 글쓴이(ㄷㅏㄴㅣ)의 개인적 경험

–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소매치기 당함. (2005년 5월)
뒤에 멘 가방을 열고 PDA를 훔쳐갔는데 나란히 걷던 일행 5명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음.

– 콜롬비아 타간가에서 마약딜러 도둑에게 노트북 도난. (2005년 7월)
저녁에 더워서 호텔 방문을 열어놨는데 들어와서 노트북 들고 도망감.
1년 후 같은 도둑이 마약을 훔치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사살됨.

– 콜롬비아 아마존에서 인디언 야구아족 마을에서, (2005년 10월)
밤에 티쿠나족 도둑이 침입하여 MP3, 전자사전이 든 본인의 가방을 훔쳐감.
며칠후 야구아족 사람들이 범인을 잡아 도난품을 돌려주고 사례를 요구함.

– 칠레 발파라이소에서 여성 2인조 소매치기, (2005년 12월)
걷다가 가방이 열려있음을 발견하니 도둑일행이 본인에게 말을 걸며 주의를 돌리고,
그 사이 가방을 뒤진 도둑 도망감. 나중에 확인해보니 노트북 어댑터가 없어졌음.

– 칠레 산티아고 터미널에서 여성 2인조 소매치기, (2006년 1월)
한사람은 버스에 짐을 싣지 못하도록 앞에서 계속 시간을 끌고,
다른 사람이 글쓴이 가방에 접근하여 손을 머플러로 가리고 가방을 열려고 시도.
주위사람들은 다 보고도 모른 체 했으며, 나중에 경찰에 1명 잡혀감.

* 기타 지인에게 들은 경험담(모두 실제 발생한 사건들임)

콜롬비아 보고타 센트로 지역에서 밤 12시에 호텔로 돌아가던 한국 여행자 2명이 칼 강도 3명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해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림. 다행히 카메라와 노트북은 무사했고 피해액은 각각 5달러 정도. (2007년 8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에콰도르 국경 쪽으로 이동하던 한국 여성여행자가 버스 안에서 옆자리 사람이 준 과자 하나를 받아먹고 실신함. 현금과 신용카드 모두 도둑맞았으며, 깨어난 후 2주 이상 두통, 몸살 등 후유증에 시달림. (2007년 10월)

– 페루에서 에콰도르로 국경을 넘으려는 한국 여성여행자가, 여행자로 가장한 강도일당이 탄 택시에 탔다가 외진 주차장으로 납치되어 위협, 금품을 요구 당함. 다행히 스페인어 실력이 뛰어난 여행자라 강도를 크게 자극하지 않고 100달러 정도를 주고 풀려남. (2007년 8월)

– 볼리비아 산타크루스에서 한국여행자가 저렴한 4성 호텔에 묵었는데, 밤새 강도(호텔 종업원 추정)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시도함. 전기충격기를 이용해 문고리에 쇼크를 주고 방문 앞에 가구를 쌓아놓아 위기 모면.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문을 열려고 시도해서 재차 전기충격을 주고, 바로 체크아웃 후 다른 도시로 이동함. (2008년 상반기)

–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택시를 탔던 한국 여성여행자가 납치되어 현금과 신용카드를 강탈당함.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일부러 틀리게 말해주고 강도들에게 구타당한 후, 차비만 받고 쫓겨남. (2007년 하반기)

– 페루 북부를 여행하던 이스라엘 여성여행자가 택시를 탄 후 강간 살인 당하고 길에 버려짐. (2008년 상반기)

– 페루 리마 공항에서 민박집으로 가는 중이던 한국여행자가 택시기사에게 돌로 머리를 맞고 소지품 다 털린 후 길에 버려짐. (2005년 중순)

– 칠레 발파라이소에서 한국여행자가 동네 건달 여러 명에게 집단구타 당하고 카메라와 귀중품이 든 가방을 빼앗김. (2007년 12월)

–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호텔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프랑스여행자가 경찰에게 길을 물었다가, 호텔까지 안내 받은 후 경찰 5명이 수고비를 달라며 권총으로 위협함. 당시 소지한 현금이 없었고 신용카드 인출이 잘 안되어 3시간 정도 경찰에게 위협당하다 풀려남. (2005년 7월)

* 다음은 특히 나라별로 유명한 절도/강도수법들이다.

– 겨자 혹은 페인트 등 오물을 들고 다니다가 실수인 척 여행자의 몸에 흘리고, 미안하다며 닦아주는 등 소동을 일으키는 동안 다른 일행이 여행자의 소지품을 소매치기함. (아르헨티나)

– 혼자 다니는 여행자를 뒤에서 접근하여 목을 감아 조르고, 그 사이에 다른 일행이 소매치기함. (볼리비아)

– 5인조 정도의 강도일행이 목표로 삼은 여행자에게 달려들어 팔다리 하나씩 잡고 무력화시킨 후 털어감. (브라질)

– 여행자가 환전소에서 나올 때 따라와서 얼굴에 침을 뱉는 등 소동을 일으키고 소매치기함. (페루)

경찰이 여권제시를 요구한 뒤 원래 존재하지 않는 출입국카드가 없다는 등 어거지를 쓰다가 뇌물을 요구함. 5달러 이상 뇌물을 주지 않는 경우 온갖 핑계를 대며 보내주지 않음. (베네수엘라)

이상은 남미여행중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정리해 본 내용이다. 모두 실제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며, 남미 현지인들의 입장에서 보는 치안에는 더더욱 심각한 일들이 많지만(!) 이 자리에 모두 소개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 글은 공포분위기 조성을 계획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최근에 준비가 안된 여행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 남미여행 준비하기 – 안전편은 총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